우리나라가 땅이 좁아도 산악 지형 탓인지 지역 간 방언 차이가 크죠.
그런데 아예 육지와 떨어져 있는 제주도 방언은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그냥 조금 알아듣기 어려운 사투리 정도가 아니라 외국어나 다를 바가 없는데요.
6.25 전쟁의 도솔산 전투에서는 바로 이 심각한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일이 일어났죠.
바로 제주도 방언을 군사 작전 암호로 도입한 것으로
당시 대대장이던 공정식 전 해병대 사령관의 아이디어라 합니다.
무전기를 적에게 빼앗기는 상황에서
연대 전체의 통신기를 죄다 교체할 수는 없으니 사실상 통신이 두절되게 되는데,
마침 평소 태평양전쟁사를 공부해둔 사령관에게 인디언 ‘나바호(Navajo)’ 족 언어가 미군 군사 작전에 도입되었다는 사실이 떠오른 것이죠.
결국 병력 이동, 부상병 발생, 포대 지원 등 각종 정보가 제주도 출신 해병대원들에 의해 제주어로 교환됩니다. (당시 해병 3기와 4기생 3000명이 제주 출신이라죠.)
한편, 이런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어준 '나바호'족 사람들은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에서 활약했는데
2002년 오우삼 감독의 윈드토커로 영화화되었죠.
흥미로운 사실이, 제주 방언이 군사 암호로 쓰이던 한국전쟁 당시에는 바로 이 나바호족 암호병들도 미군으로 참전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태펴양 전쟁 때 활약한 나바호족 사람들 중 800여 명이 6.25 전쟁에도 연합군 소속으로 와준 것이죠.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아직도 생존해 계십니다. 한국 정부는 2016년 6.25전쟁 66주년을 맞아 이 분들에게 감사 메달을 전했고,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는 마스크와 같은 방역 물자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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