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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배경지식

포퍼의 반증주의, 듀앙 논제

by lefeu 2017. 5. 22.

1.  포퍼의 반증주의

 

 칼 포퍼(K. Popper, 1902~1994)의 반증주의는 귀납적 검증에 입각한 전통적 과학 개념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을 과학의 특징으로 제시했다. 논리실증주의자들에 의해 지지되었던 검증주의 원리는 귀납적 추론에 근거를 둔다. ‘장미는 붉다.’라는 명제가 검증되려면 개별적인 장미들의 색깔들이 붉은지 여부를 귀납추론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령 모든 금속은 열을 받으면 늘어난다.’라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온 우주에 있는, 그리고 과거, 현재, 미래 모든 시점에 존재할 금속들을 일일이 검증하려 할 수 없다. 이처럼 검증주의의 문제점은 어떤 명제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무한하게 검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포퍼는 과학적 탐구 및 진술의 본질적 특징으로서 검증이 아닌 반증을 제시한다. 과연 어떠한 과학 이론도 시공간의 한계 탓에, 귀납적인 검증만으로는 완전한 증명이 불가능하나 그 반증은 가능하다. 반증은 단 하나의 반대 사례(counter exemple)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백조는 희다.’, ‘ 저 백조도 희다.’ 등의 단칭명제들을 모아서 모든 백조는 희다라는 전칭명제를 검증할 수는 없으나, 단 한 마리의 검은 백조가 관찰되기만 하면 그 명제를 반증하는 것은 가능하다.


 사이비 과학과 정상 과학을 구별하는 지표 또한 이 반증가능성 여부이다. 이래도 맞고 저래도 맞는 점성술과 달리, 과학은 일반상대성 이론처럼 나중에 거짓으로 판명날 수 있을 예측을 시도함으로써 과학으로 인정될 수 있다. 포퍼는 마르크스의 역사철학,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등을 사이비로 간주하는데, 이는 그 이론들이 적어도 지지자들에 의해 검증 사례를 제시할 수는 있을지라도, 반증 가능성을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2. 반증주의의 문제점과 듀앙 논제


 그러나 포퍼의 반증원리가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며, 다음의 몇 가지 문제점들을 가진다.

 우선 반증할 수 없는 명제들의 존재이다. ‘어떤 백조는 희다.’라는 단칭명제가 문제될 시, 포퍼의 반증원리는 무의미하다. 이러한 단칭명제는 반증가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검증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확률을 나타내는 명제도 마찬가지이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이 50%이다.’라는 명제는 몇 차례 동전을 던져 연속으로 뒤가 나왔다 하여 반증되는 것이 아니다.


 뒤앙(Duhem) 논제 또한 포퍼의 반증원리에 대한 비판들 중 하나이다. 뒤앙 논제는 간단히 말하면 보통 과학의 이론적 명제들은 단독적으로는 검증될 예측을 주지 않으며, 오직 보조 가정들과 결합해서만 검증될 예측을 준다는 것을 뜻한다. T를 이론, O를 관찰적 진술, A를 일련의 보조 가정들이라 할 때, T O를 연역적으로 내포하지 않으며, O를 연역적으로 함축하는 것은 T&A라는 것이다. 이 점은 물리학자이자 과학사가, 과학철학자였던 삐에르 뒤앙(Pierre Duhem 1861 - 1916)에 의해 주목되었으며, 뒤앙 논제는 그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뒤앙논제에 따르면 과학적 검증의 대상은 고립된 가설이 아니라 여러 가설과 부수적 전제들이 뒤얽힌 복잡한 이론 체계이다. 따라서 실험이 예측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어떤 가설이나 전제를 수정해야 할지 모르므로 실질적으로 반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백악기의 멸종 원인을 운석 충돌로 보는 가설을 고려해보자. 어떤 과학자는 금속 이리듐이 다양한 지층 퇴적물들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이 가설의 강력한 증거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논증은 다른 가정들, 가령 지구상에서보다 운석에서 이리듐 집적률이 높다거나, 운석 충돌에서 나온 퇴적물들이 어느 지층에서 발견되어야 한다거나 하는 보조 가정들을 요구하며, 그러한 가정들의 도움이 있어야 관찰에 대한 예측-검증 절차가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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