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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배경지식

사법부의 민주적 정당성 문제와 국민참여재판

by lefeu 2017. 5. 22.

(1) 사법부의 민주적 정당성 문제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 제2(“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원리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다. 이에 따르면 국민은 선거와 투표를 통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등의 국가기관에 유효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국가기관의 행위가 국민에 의해 직접적으로 선택되거나 위임되어야 함을 표현하는 용어가 민주적 정당성(Demokratische Legitimation)’의 개념이다.


 그런데 민주적 정당성과 관련하여 사법부는 입법부와 행정부와 같은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 입법부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들로 구성되며, 행정부 역시 국민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을 수장으로 한다. 즉 이 둘은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적으로 가진다. 이에 비해 사법부의 민주적 정당성은 간접적이다. 대한민국의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며, 그렇게 간접적 민주적 정당성을 통해 임명된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이 법관들을 임명함으로써 사법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입법부와 행정부와 비교할 때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가령 2004년 대통령 탄핵 사건 당시 국회의 탄핵 의결을 헌법재판소가 심사했을 때,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행정부와 입법부의 행위를 민주적 정당성이 적거나 없는 사법부가 심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1)우선 사법부에 민주적 정당성이 없지 않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선거와 투표만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다. 현 제도 상 법관의 임명 절차가 국민 대다수에 의해 동의를 얻는다면 사법부의 구성은 충분히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 것이다.


 2)둘째로, 사법부에 민주적 정당성이 없기는 하나, 본래 사법부에 민주적 정당성이 과도하게 요구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 있다. 이에 따르면 국민의 의지를 존중하는 민주적 정당성의 가치는 중요하나, 이는 사법 영역의 또 다른 중요한 가치인 법적 안정성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 본래 법은 법질서 자체와 개별 법규들의 적용에 있어서 안정성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민의 의지를 매번 사법부가 반영하려 할 경우 법은 예측되거나 신뢰될 수 없게 되며, 결국 법적 안정성은 파괴되고 만다.(물론 법적 안정성만 고집될 경우에는 정당한 법 개정의 노력이 힘들어질 수도 있으므로, 법적 안정성 또한 절대적인 가치로 여겨질 수는 없다.) 이 법적 안정성을 고려할 때, 민주적 정당성은 행정부와 입법부에서와 동일한 정도로 사법부에 요구되어서는 안 된다.


 3)사법부가 결여하는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견해 또한 존재한다. 그러한 대안 중 하나가 국민참여재판이다.

 


(2) 국민참여재판

 

 정의: 한국에서 2008년도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 제도는 일반 국민을 배심원 자격으로 형사재판에 참여시킴으로써 사법부가 결여하는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하고자 한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은 해당 지방법원 관할구역 내에 거주하며 법률상 결격사유가 없는 만 20세 이상의 국민 중 무작위로 선정된다. 초기 국민참여재판의 범위는 형사재판으로 제한되었으나, 2012 7월부터 형사합의부가 담당하는 일반 사건 재판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의의: 국민팜여재판의 목적은 사법 업무에 일반 국민의 참여를 허용함으로써 국민의 건전한 상식, 정의관, ‘법감정을 판결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재판의 민주적 통제를 통해 재판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재판 결과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제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시민 배심원의 영향력은 사법부의 재량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로 제한된다. 우선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허가재량 자체를 법원이 가지며, 배심원은 견해는 재판에서 권고적 효력만 지닐 뿐 법적 구속력은 가지지 않기에, 실질적으로 판사가 배심원의 평결과 다른 판결을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

 


 문제제기 및 반론

 

 1)시민배심원의 재판 참여 결과, 냉정한 사리판단에 의한 엄격한 법리적용보다 감성적 편향 및 정치적 의도에 따른 재판결과가 유도된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따르면 법적 전문지식을 결여하는 일반시민은 배심원으로서 부적합하므로 국민참여재판은 폐지되거나 축소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반론은 다음과 같다. 국민참여재판의 취지 자체는 법적 전문지식을 갖추지 않은 일반 시민을 재판과정에 참여시켜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법적 절차에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시민이 법적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은 국민참여재판 시행의 의의를 간과한 것이다.


 2)정치 문제와 같이 사회적으로 민감하거나 법리적으로 복잡한 사건의 경우 국민참여재판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제기도 존재한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는 이미 현행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범위가 형사재판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그에 대한 허가재량 역시 법원이 가지고 있기에 국민참여재판의 적용 범위에 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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