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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배경지식

인권과 민주주의

by lefeu 2017. 5. 22.


1. 인권의 정치적 성격인권과 민주주의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인권에 대한 관심과 그 중요성의 역설이 증가함에 따라 인권은 인류의 최우선적 가치로 수용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인권을 어떻게, 어느 정도로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즉 인권의 내용과 수준을 정하는 문제는 당대 사회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정치적 논쟁을 통해 정해진다. 인권이 법에 의해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해도, 법 자체가 이미 정치과정의 산물이다. 결국 인권의 보편성은 고정불변의 절대적 명제로 보기 어렵다. 인권은 법을 매개로한 정치와의 긴밀한 과정을 통해 심화, 확장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권의 정치성은 인권과 민주주의 간의 밀접성을 암시한다.

 


2. 형식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


 국제의회연맹(IPU) 세계민주주의선언(Universal Declaration on Democracy)’은 민주주의를 보편적으로 인정된 이상적 목표, 시민의 기본권, 그리고 정부의 양식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인권과 더불어 추구되어야 할 이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가 민주주의를 결정적으로 완성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아니다. 좁은 의미의 민주주의는 형식적 민주주의로서 보통선거권, 주기적인 선거, 복수정당 간 경쟁에 의한 정부 구성 등의 제도적 요건을 갖춘 정부 형태를 말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양태는 일의적이지 않으며, 나라와 시대마다 상이하다. 민주주의가 인민의 의지에 기반을 두는 정치권력의 이상을 추구한다 할 때, 더 참여적이고 덜 권위주의적인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서는 일정한 진보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기본적 제도요건인 형식적 민주주의에 실질적 민주주의가 대조된다. 실질적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이 일상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실제적 요건에 관계된다. 형식적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기본적이고 필요적인 조건이라면, 실질적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척도이다. 따라서 실질적 민주주의는 형식적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동등한 선거권, 선거로 선출된 대리인을 통한 정치공동체 제도 구축 및 운영에 만족하지 않는다. 실질적 민주주의는 이러한 정치의 형식적 평등을 넘어 실질적인 사회경제적 평등,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등의 인권적 가치를 추구한다.



3. 실질적 민주주의와 인권


 따라서 형식적 민주주의를 민주주의의 전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완성은 실질적 민주주의에 대한 지향에 있으며, 그것의 핵심 가치가 곧 인권이다. 실제로 실질적 민주주의는 그 전제와 목표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인권과 연관된다.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참정권 행사를 방해하는 장애요소를 제거하고 무지, 불관용, 차별 등을 해소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조건 위에서 사회경제적 약자를 비롯한 모든 시민이 실질적으로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국가의 정치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참여가 인권에 관하여 어떠한 중요성을 가지는가? 근대 이후 국민국가체제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위한 국가의 책무가 강조되었다. 이는 일정 부분 시민권의 발전을 야기했다는 긍정적 측면을 가지면서도, 다른 한편 인권을 국경의 범위 내에서만 인정하게 하는 부정적 효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즉 인권이 긴간의 보편적 권리를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근대적 의미의 통치체제에서 국가는 인권을 시민권의 범주로 제한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보편적 인권을 실현하는 민주주의 체제를 위해서는 국가에서 시민사회에 이르는 통치구조 전반의 유기적인 재구성이 요구된다. 기존의 근대국가에서 통치는 거버먼트(government), 즉 정부에 의해 수행되었다. 정부는 해당 사회에서 가장 강한 인력과 자산을 가졌으며 이를 통해 사회의 모든 의사결정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통치체제는 사회의 복잡화, 세계화라는 오늘날의 추세에 적합하지 않다. 경제 영역에서는 초국적 기업들이 등장하여 정부의 정보력을 뛰어넘는 일이 발생하였고, 국제기구의 수와 영향력 또한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국가 운영 방식으로서는 거버넌스(governance) 모델이 적합하다. 거버넌스는 투명성, 참여성, 효과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에 따르면 권력의 분권화를 통해 중앙정치에서 지역정치로 이행하고, 시민들 모두가 정책의 기획, 입안, 집행, 운영, 평가의 전과정에 참여하는 공동책임 주체가 될 수 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거버넌스 모델은 인적, 물적 자원의 확대이며, 이는 곧 공공 영역의 확대를 통해 사회문제에 개인의 대응을 넘어서는 사회 공동체적 대응체계를 확립하게 한다.


 이러한 발전되고 완성된 민주주의의 시스템은 사회에 일종의 인권적 가치 공동체를 구축하게 한다. 공공영역의 확장을 통해 사회적 책임이 강화됨에 따라, 공동체적 민주주의의 노력은 인권 확립의 노력과 일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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