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R 아르바이트. 이미도. 이강석
'하필 지금이라니.'
중학교 2학년 때였나, 사춘기가 한창 시작할 시점부터 그를 괴롭혀온 불안 증세가 때를 찾았는지, 강석은 식은땀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혼자 생각하기에는 남들이 공황장애라 부르는 증상인가 싶기도 하였지만, 늘 병원을 멀리하던 터에 정신과 진료라면 더더욱 기피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티를 내지 않으려 해도 미도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괜찮으세요?"
"아, 예... 별 일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요."
괜히 약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강석이 퉁명스럽게 답한다.
"내일 해 뜨기전 일어나야 하니 쪽잠이라도 자둬요."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어느덧 밤은 깊어갔다. 창 밖으로는 얇은 초승달이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고, 이따금 엷은 구름들이 달의 발목을 가리며 지나가곤 하였다.
미도는 괜한 오해를 살까 강석을 두고 잠을 청해보려 했지만, 달빛만으로도 그가 눈을 감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 계속 신경이 쓰였다.
"저... 잠이 안 오세요?"
미도의 말은 강석을 몹시 부끄럽게 했다. 이런 증상이 개인 의지로 통제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고 속으로 되뇌어보지만 오히려 그런 생각이 자기연민처럼 느껴져 스스로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참으로 지독한 자존심에 고집불통인 성격이다.
'실컷 센 척이란 센 척은 다 해놓고, 이 꼴이 뭐람.'
미도의 말은 뜻밖이었다.
"혹시 잠이 안오시면, 제가 도와드릴까요?"
"불면증이 누가 돕는다고 될 일인가요..."
강석이 반문인지 혼잣말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모호하게 답을 흘린다.
미도는 강석의 뜻을 무시하듯 그에게 다가와 베개를 베고 누운 그의 머리 맡에 앉았다. 뜻밖의 고자세에 강석은 겉으론 티를 내지 않았으나 내심 당황하던 차였다. 미도는 마치 어린 아이를 돌보듯 강석을 내려다보면서 그의 귓가에 대고 이런 저런 말들을 중얼거렸다. 내용은 별 특별할 게 없는 시덥잖은 것들이었다. 같이 도망다니던 일들, 첫인상 등.
그런데 우습게도, 미도의 목소리는 꽤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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