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서평] <부의 추월차선>(엠제이 드마코MJ DeMarco) 쉬운 요약

lefeu 2022. 6. 27. 12:52

 


1. 느리게 부자되기?

 최근 몇년 사이 대중들의 투자 관심이 늘어나면서, 전문 투자자들이 '단타'보다는 '장투'를 추천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코로나 폭락장 때 특히 투자를 권고하는 유명한 전문가들은 '주식은 파는 게 아니다', '여윳돈으로 좋은 주식을 사서 오래 묵혀 두면 퇴직 후에 상당히 큰 돈이 될 것이다'와 같은 조언들을 많이 했다. 이는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조언들과도 일맥상통한다. 유명한 ETF 'VOO'의 회사인 뱅가드사의 창립자, 존 보글도 '수십년 간 매달 투자'하면 은퇴할 때 기절할 정도의 돈을 보게 될 것이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다. 

뱅가드 창립자 존 보글

 확실히 이런 장기투자론은 느닷없이 찾아왔던 2020년도의 대폭락장을 겪는 중에 상당히 심리적인 도움이 되었다. 오랜 기간 시장에서 생존한 전문가들이 장기적인 전망을 보여주니,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크가 수시로 발동하는 이 폭락도 확실히 긴 시간의 한 일부로 보이는 것이다. 이른 아침, 심지어 새벽에도 투자 유튜브 채널의 라이브 방송에 개미 투자자들이 몰려든 것이 단지 지식 정보를 얻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엠제이 드마코의 책 <부의 추월차선>(The Millionaire Fast Lane)은 이 장기투자론을 비판하는 관점을 담았다. 간단히 말하면 늙어서 휠체어를 탄 부자가 되는 것보다 부와 젊음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길을 찾자는 것이다.  


2. '추월차선'이란 무엇인가?

 '추월차선'이란 말이 우리말로는 낮선데, 원어인 Fast lane은 기본적으로 고속도로 등에서 특히나 가속이 허용된 차선을 뜻한다. 이 기본적인 의미에서 여러 다른 의미들이 파생된다. 예를 들어 영어권에서는 대형마트에서 소액 구매자들이 신속하게 결제하는 계산대를 이 단어로 지칭하기도 한다. 엠제이 드마코에게 그 추월차선은 늙어서가 아니라 젊어서 부자가 되는 빠른 길을 뜻한다. 

 모름지기 어떤 책이든 뭔가를 좋게 묘사한다는 건 그와 다른 것들은 비교적 덜 좋은 것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 추월차선이 부를 축적하는 최선의 길이라면, 그보다 못한 길들은 일반차도, 그리고 아예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의 '인도'가 있다. 그러니까 대략 '추월차선 >>>>>>>>> 일반차도 >>>>>>>>>>>>>>>보행로' 이런 식의 부등호가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이 비유에는 어딘가 공격적인 면이 있다. 일단 차가 없는 '뚜벅이'들이 괜히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고, 오늘날 또 다른 트렌드인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들 또한 꽤나 이질감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내용을 가만히 읽어보면 드마코가 말하려는 바는 그렇게 공격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3. 핵심은 '히치하이커'를 극복하는 통제력

 그가 부의 축적 방식을 '추월차선'이라는 고속도로 이미지로 제시한 것은 그냥 그가 부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계기가 어느 젊은 부자의 슈퍼카를 보고 그걸 선망하게 되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는 나이를 먹은 중산층이 되기보다 되도록 빨리 부자가 되어서 젊음과 부를 모두 누리고 싶어했고, 그런 목표를 달성할 길을 찾아나섰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을 보면 반드시 그의 인생관에 동의하는 사람만 이 책의 진지한 독자가 되라는 법은 없을 것 같다. 핵심은 '히치하이커'를 극복하는 통제력을 갖추자는 메시지로, 이를 고려하면 걷는 걸 좋아하든, 운전을 빠르게 혹은 느리게 하든 그런 속도감에 대한 취향 차이들은 아무래도 좋아 보인다. 

 "추월차선을 탄다는 것은 통제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반면 인도를 걷는 히치하이커로 산다는 것은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가 오고 시장 상황이 나빠질 때 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에게는 늘 이유나 사연이 있고, 그것들은 대체로 '남탓'으로 수렴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재무결정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정부의 보험설계에 의존하여 생기는 경제위기,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시장에 자기가 가진 모든 자산을 맡기고 마는 행위들이 그렇다. 뚜벅이를 깔보며 추월차선을 유유히 지나가는 이미지를 취한 이 책의 컨셉은 기본적으로 그런 히치하이커 극복이라는 철학적 화두를 깔고 있다.


4. 어떻게 히치하이커를 극복하는가?

 히치하이커를 극복하는 방법은 바로 시스템이다. 쉽게 말하면 남의 돈을 받아먹는 월급쟁이 생활 대신 스스로 자기 사업을 구축하라는 이야기인데, 이 말이 자영업이나 프랜차이즈 점주 같은 것을 뜻하는 건 아니다. 자영업이나 프렌차이즈 점주 같은 포지션은 사장인 자신이 주말도 없이 일하는, 사실상 고용주이자 동시에 피고용인과 같은 처지이다. 이 책이 말하는 시스템 구축은 고용을 통해 알아서 사업장이 굴러가도록 만드는 방식을 뜻한다. 저자는 시스템 구축에 적합한 5대 사업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면서, 각자의 장단점을 분석한다. 

1)임대
2)컴퓨터 소프트웨어
3)콘텐츠
4)유통
5)인적자원


5. 총평

 이 시스템론은 적어도 기본적으로는 경제적 자유라는 생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만, 심층적으로는 참된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어떤 철학적인 통찰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자기를 자유롭게 하는 방식은 자기를 대신할 또 다른 존재를 만드는 것인데 그게 시스템이다. 물론 불행하게도 고대 노예제만이 아니라 민주주의 자본주의 세계에서도, 그런 사업 시스템은 피고용인들의 노예화를 의미하기는 하다. 어쨌든 이 경제적 자유론의 핵심은 '자기 자신의 자유를 성취하려거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서는 안 되고 "자기 대신 일할 시스템을 고안하는 데 집중"해야한다는 역설'이다. 저자가 인용하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을 볼 것. "자기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큰일을 할 수 없다." 바로 이 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고 어렵지만, 느리지 않고 빠른 부자되기의 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겉보기와 달리 부자되기에 혈안이 된 사람들만을 위한 책 같지는 않다. 인상깊은 대목은 의외로 저자 드마커가 부의 관습적 정의인 '부=물질'이란 등식을 비판하고, '부=행복'이 더 참이라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부는 정확히 말하면 3F, 즉 건강Fitness 가족(관계Family) 그리고 자유Freedom이다. 이 중 저자가 유독 강조하는 건 자유다.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과로에 시달리는 중상류층 노동자에 비해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 이렇듯, 제목과 컨셉은 슈퍼카를 타는 젊은 부자가 뚜벅이를 경멸하는 이야기처럼 잡았지만, 그런 식의 천박한 담론은 아닌 셈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드마코가 말하는 추월차선을 시도할지는 아직 고민중이다. 그의 혜안을 존중하지만, 사실 그런 추월차선을 위한 시스템 구축은 그 또한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이고, 또 달리 생각하면 기대수명과 신체 건강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느리게 부자되는 길이 지나간 젊음에 대한 아쉬움만을 남길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