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도덕, 착한 사마리아 법
법과 도덕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공존한다.
(1) 한편으로 법과 도덕은 모두 올바른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같은 성질의 규범체계라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도덕과 법 규범의 법위의 일치를 주장하는 이 관점은 일부 정교분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2) 다른 한편, 법이 타율적 강제 규범인 반면, 도덕은 자율적이고 임의적인 규범이라는 차이점을 강조할 수 있다. 이 후자의 관점은 법을 ‘최소한의 도덕’이라 부르거나 반대로 도덕의 무력함을 지적하면서 법을 ‘도덕의 최대한’이라 강조하기도 한다.
1) ‘법은 최소한의 도덕’ 혹은 ‘도덕은 최대한의 법’이라는 입장: 이러한 관점은 자연법 사상에 근거를 둔다. 도덕은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자연법이며, 일반적으로 ‘법’이라 불리는 것은 실정법으로서 인위적이기에 도덕이 법보다 우선한다는 입장이다.
2) 법실증주의(法實證主義) : 이 입장은 법과 도덕의 영역 구별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공동체의 삶의 편의를 위해 제정된 주민등록법, 도로교통법 등은 도덕과 직접적 연관을 가지지 않는다.
법과 도덕을 구별하는 입장은 대체로 법이 도덕 영역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법과 도덕을 일치시키는 입장은 도덕의 강제가 경우에 따라 가능하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늘날에는 법의 주목적이 사회의 도덕화가 아니기는 하나, 경우에 따라 중요하다고 판단된 도덕적 덕목을 법률로 강제할 수 있다는 견해가 널리 수용되는 편이다. 현실적으로도 많은 국가의 법에는 해당 사회의 도덕관이 내재되어 있으며 이로부터 법에 대한 논란이 촉발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형법의 존속친 살해 및 상해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이 적용되며, 가족법에서는 동성동본 불혼 조항이 존재한다. 이는 유교 윤리라는 도덕이 법에 적용된 경우라 할 수 있다. 한편 근래에 들어 간통죄 등을 형법에서 제외시켜 민사적 손해 배상 관계로 처리하자는 주장이 나타나는 것은 간통죄에 내재된 도덕관념의 정당성을 문제시하는 것이다.
'착한 사마리아 인의 법(the Good Samaritan law)'은 법이 도덕적 의무를 강제하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법의 배경은 성경 누가복음 10장 30∼37절의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강도를 만나 가지고 있던 물건을 빼앗기고 거의 죽은 상태로 버려져 있었다. 이 때 그곳을 지나던 제사장이 그를 발견했으나 모른 척하고 지나갔고, 그 다음 그 곳을 지나쳤던 레위 인도 그를 외면했다. 그런데 한 사마리아인은 그의 상처를 치료하고 그를 주막으로 옮겨 주막 주인에게 간호를 부탁하며 돈까지 맡겼다.
'착한 사마리아 인의 법'은 타인의 위험을 목격했을 때, 그것이 자신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는 한 그를 구제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뜻한다. 물론 이에 대해 법과 도덕의 영역을 분리하는 입장을 취할 경우, 구조 의무를 도덕적 양심의 문제로만 여겨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 위에서 보았듯, 법과 도덕은 부분적으로는 일치하나, 다른 면에서는 구별되므로 법과 도덕의 관계에 관하여 취하는 입장에 따라 ‘착한 사마리아 인의 법’에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도 있다.